구리님 타로 커미션
이 이야기는 동양 설화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유유자적하니 구름이 산에 걸린 이야기인가, 표주박이 바람에 시끄러이 우는 이야기인가 모르겠지만요.
청명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원래 화가는 아니온데, 생에 많은 풍파를 맞아 신분을 숨기거나 직업을 바꾸어 그렇게 살고 있다 합니다.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팔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림이 아주 잘 팔려서 이대로 살아도 될 거라고 하는데, 자신도 모르던 재능이 있었군요. 일단 물건을 잘 팝니다. 처음에 만난 사람들은 모두 보부상인줄 안대요. 유실은 도를 닦아 경지에 이른 선인에 가까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자연의 순환에 맞추어 마주하는 인간들을 도와주고 살았으나 가족이 없고 깊은 인연을 만든 이는 더더욱 없어 정말 몇몇 지역에서 주민들이 모시는 수호신 같은... 유형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모든 걸 버릴 수 있으나... 이대로 살 수 있는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不繫之舟불계지주, 정처 없는 무념무상의 존재, 그야말로 매어놓지 않은 배로다. 그리고 이 현재로부터 유실된 배에, 청명이라는 손님이 올라타는 이야기입니다. 이리저리 도망치던 청명은 우연히 유실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때 유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청명은 이게 우연이나 운이 아니라는 생각에, 누군가 개입했으리라는 의심을 하죠. 적인 것 같진 않으니 앞으로 협력해서 도움을 받아야겠다 생각해서 수소문해 유실의 흔적을 좇습니다. 선인이라 해도 아예 신은 아니기에 목격담은 오래 남아 있죠. 유실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기에 꽤 당황합니다. 오면 그대로 맞이해야 하나 모른척 숨어야 하나?
이 설화의 흐름을 보면, 청명은 앞서 나온 정황처럼 숨고 쫓겨다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림을 팔아 유명해지는 건 돈벌이에 가까웠는데 어쩌다 얻어걸린 것이고 필명을 따로 만든 듯합니다. 친우에게 배신당했나...? 어쨌든 청명의 잘못이 크진 않은 옛 일이 있다고 하네요. 유실은 여러 지역을 오가며 정착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돕고 다녔고, 그동안 떠돌아다니는 청명을 계속 보았습니다. 습격당하곤 하는 걸 보며 안타까워 처음 개입한 게 그에게 능력이나 존재를 드러낸 순간입니다. 유실의 과거, 선인이 되기 전 인간이었던 시절에 알던 사람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는 묘사가 어느 구전에는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후 이야기는 갈래가 다양하나 어찌되었든 청명의 정당한 복수에 유실이 함께 가담하는 흐름이 대부분이라고 하네요.
청명은 유실과 인간적으로 함께하고자 하는데 유실은 그런 직접적인 감정은 피해가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둘 다 각자의 고충이 있어 교과서에 나오면 꽤 어려울 것 같네요... 유실은 자신이 개입함으로서 많은 게 바뀌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청명에게 영약을 주어 수명을 연장시키기라도 했는지?
유실과 청명 설화의 기본 골자는 결국 떠나는 유실과, 선인이 되는 방법을 찾아 따라가는 청명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이야기가 1부라면 그 후 2부의 전개인 거죠. 도사를 만나거나 모험길에 오르는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유실이 있을 법한 신비의 공간에 이르고자 합니다. 그 모험에서 청명이 위험에 처하거나 다시금 운명을 거르스고자 한다면 유실은 다시 나타납니다.
단순히 신비한 단약을 먹어 선인이 될지, 유실이 그 수련 과정을 알려주는지 궁금해지네요. 이 이야기는 후대에 이야기꾼이 추가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전승되고 있습니다.
청명은 유실이 귀신인지 등으로 처음에 안 좋은 방향으로 의심하기도 했는데 이 사람과 가까워질수록 정말 그냥 도를 닦은 사람이다, 내가 닿을 수 없는 어딘가에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깨달은 것 같습니다. 유실이라는 배에 탔다면, 그 배가 한순간 무너지고 그 강이라는 꿈에서 깰까 두려워했습니다. 한편 유실은 청명을 동정하고 도와주고 싶어 손을 내밀었기에 그뿐인 것으로 끝내려다가... 자신도 이전의 사람이었을 때처럼 느낌을 깨닫고 결국 자신을 찾아온 그를 이끌어주게 되었습니다. (청명이 찾아오지 않는 갈래라면 다시 유실이 내려와 그를 찾진 않습니다)